크레용이 화났어!
크레용이 화났어!
그림책시렁 8《크레용이 화났어》드류 데이월트 글올리버 제퍼스 그림박선하 옮김주니어김영사2014.1.20. 익숙한 대로 하기란 매우 쉽습니다. 늘 하던 대로 하면 어긋나거나 힘들 일도 없을 만합니다. 남들 하는 대로 하다 보면 톡톡 튈 일이 없어 슬그머니 묻어 갈 만하기도 합니다. 낯선 길을 가기는 만만하지 않을 만합니다. 하던 대로 하지 않고 새롭게 해 보려 하면 자꾸 넘어지거나 부딪히겠지요. 남들 하는 대로 안 하다 보면 굳이 튈 생각이 없었어도 아주 달라 보이기 마련입니다. 《크레용이 화났어》는 크레용이 아이한테 따지는 이야기가 줄줄이 흐릅니다. 아이가 어느덧 길들고 만 ‘빛깔 입히기’를 낱낱이 따져요. 이 빛깔은 여기에, 저 빛깔은 저기에 쓰라고 누가 알려주거나 가르칠까요? 왜 꽃은 붉거나 노랗기만 해야 할까요? 까만 꽃이나 잿빛인 꽃이 있으면 안 될까요? 까무잡잡한 얼굴로, 흙빛인 손으로, 보랏빛 하늘로, 분홍빛 나무로, 하얀 열매로, 노란 눈빛으로, 얼마든지 빛깔을 입힐 수 있어요. 다 다른 크레용을 다 다른 자리에 고루고루 쓰면서 함께 노래해 봅니다. 작품이나 예술이 아닌, 즐겁게 꿈꾸는 하루를 그림으로 빚습니다. ㅅㄴㄹ(숲노래/최종규)
크레용이 화났어! 는 해를 초록색으로 칠하고 싶은 아이들에게 ‘아니야!’라고 하는 대신 ‘해는 무지개 색깔이어도 괜찮아.’라고 말해 주는 책입니다. 글을 쓴 드류 데이월트는 아이들의 창의성과 개성에 주목하고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아주 재미있는 글을 썼습니다. 늘 똑같은 방법으로만 쓰인다는 데 불만을 가진 12색 크레용들의 발칙한 반란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자신을 그림의 테두리로만 쓰지 말라는 검정색 크레용, 분홍색은 여자아이들만의 색이라고 생각하냐는 분홍색 크레용, 서로 자기가 해의 색깔이라고 싸우는 노랑색과 주황색 크레용, 일을 너무 많이 해 그만 쉬고 싶다는 파란 크레용 등……. 색칠을 그만둔 12색 크레용은 저마다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 크레용들의 이유 있는 불만은 그저 귀엽기만 한 것이 아니다. 읽다 보면 우리가 얼마나 많은 고정관념에 얽매여 있는지를 깨닫게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딱 맞추어 그린 올리버 제퍼스의 그림은 이 책을 더 빛나게 합니다. 12색 크레용의 모든 바람을 그 한 장에 담아 해결한 주인공 대니의 멋진 그림은 분홍색 공룡, 주황색 고래, 보라색 용 누구 하나 어색하지 않고 멋져 보이기까지 한 이 그림에는 아이들이 생각하는 세계가 담겨 있습니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까지 환호하게 만든 멋진 세계를 완벽하게 그려낸 올리버 제퍼스에게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개성과 창의성은 고정관념을 버렸을 때 탄생할 수 있을 알려 주는 크레용이 화났어! 는 ‘아마존 선정 최고의 그림책’과 [뉴욕타임스] 그림책 분야 베스트 셀러 1위에 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