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살아온 삶의 방식에서 벗어날 수 없는 아버지. 여기까지는 좋습니다만, 많은 아버지들이 그렇듯이 주인공의 아버지도 자신의 뜻에 거스르는 아들을 이해하지도 용납하지도 못합니다. 그리고 그 결말은 우리가 예상할 수 있듯이 좋지 못합니다. 아니, 좋지 않은 정도가 아니죠. 미국의 유대인 작가로서 필립 로스는 그 고뇌와 방황을 자기 작품 속에 모두 쏟아놓습니다. 이 정도 거장이면 다른 캐릭터의 주인공으로 다른 세계의 얘기를 할 법도 한데, 이 양반은 그러지 않았어요. 자신이 살아온 세계를 잔인할 정도로 냉철하게, 동시에비극적일만큼 유려하게 썼습니다. 이렇게 자기 세계를 유지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필립 로스가 거장의 이름을 얻었을 거고요. 비극을 좋아하지 않아서 필립 로스 작품은 제게 참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읽지 않을 수 없는 것은한 세계에서 힘있는 주류로 살면서도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또한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이기도 하겠지요.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필립 로스가 그려낸
격정적인 청춘의 시절과 통제할 수 없는 젊음의 이야기.
한 개인의 역사를 비극으로 몰고 가는, 숨막히는 사회의 진실을 들여다본다.
첫 소설집으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 이후 꾸준한 저작 활동을 통해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필립 로스의 장편이다. 이미 국내에 소개된 바 있는 소설 에브리맨 에서 한 노인의 삶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했던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그와 정반대의 지점에 있는 젊은 청년의 삶을 그리며 다시 한 번 인간의 생에 대해 다루고 있다.
2008년 발표한 이 작품은 1950년대 초 미국을 배경으로 한 유대계 청년의 삶을 보여주며, 젊음의 치기, 미숙함, 성(性)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 용기, 선택과 실수에 관해 이야기한다. 작가는 채 스무 해도 살지 못하고 죽음을 맞게 되는 주인공 마커스에 대한 기록을 통해 어느 때보다도 열정적인 아름다움으로 가득하지만 꼭 그만큼의 불안과 혼란을 견뎌야 하는 청춘의 시기에 대해 말한다.
작품은 1950년대 초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 뉴어크 유대인 가정 출신의 마커스 메스너는 이제 막 대학교에 들어간 학구적이고 모범적인 청년으로, 근면하고 성실한 부모님 밑에서 성장해왔다. 그의 생활이 뒤틀리기 시작하는 시점은 대학 입학과 함께 찾아온다. 마커스의 아버지는 아들의 안위에 대한 강박으로 그를 지나치게 간섭하기 시작하고 아버지의 난폭함을 참을 수 없었던 마커스는 조용하고 평온해 보이는 작은 대학으로 학교를 옮긴다. 변화된 생활, 그를 사로잡은 여인 올리비아와의 만남 등을 겪으며 마커스는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정서적 불안과 분노를 경험하게 되고, 이는 되돌릴 수 없는 비극 속으로 그를 끌어당긴다.
필립 로스는 울분 에서 주인공 청년 마커스가 결국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우연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삶의 선택들이 결과적으로 얼마나 끔찍한 상황을 초래하게 되는지 그린다. 작가는 주인공이 자신의 운명을 결정 짓는 순간들, 때로는 희극적이기까지 한 사건들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며 역사와 개인의 비극을 절묘하게 엮어내는 그의 특기를 십분 발휘한 전개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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