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소년 쌍식이
-책 표지 위, 어슴푸레한 밤하늘에 덩그러니 떠오른 푸른빛 원 속에 반짝이는 은빛 별 하나와촌스러운 ‘쌍식이’라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 ‘별소년’이라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겉으로 보기엔 아주 얇은 책처럼 보이는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한 그림책입니다.어린 시절에나 읽을법한 그림책이 청소년을 위한 것이라니 의아해하실 분도 계실 겁니다.어린아이들이 읽을 유치한 내용은 아닐까 생각하실 분도 계실 겁니다.하지만 책장을 넘기면서 시원스럽고 따뜻하게 펼쳐지는 그림과주인공 쌍식이에 관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느새 그림책 속에 빠져들게 됩니다.색연필로 그려진 색색의 그림들은 누군가의 시선을 빼앗기 위해 빼곡하고 화려하게 그려져 있지 않습니다.그저 크고 작은 동그란 원들, 제각각의 네모들, 곡선과 직선, 주인공 쌍식이와 미현이,그리고 푸르른 자연들이 덩그러니 짧은 글귀 옆에 그려져 있을 뿐입니다.<별소년 쌍식이>는 지친 삶 속에 청량감을 더하고 빽빽하게 들어찬 글과 그림이 아닌여백과 생각이 자리 잡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책입니다.<별소년 쌍식이>의 이야기와 그림 속에 빠져들어 가보면 어린 시절 읽었던 그림책들이새록새록 떠오르면서 기분 좋은 여운을 남겨줍니다.또한 따뜻한 그림과 글이 있는 그림책 한 권은 잠깐만 짬을 내면 금방 읽을 수 있으며바쁜 일상 속, 마음의 치유를 해줍니다.
어릴 때의 사고로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된 쌍식이를 또래의 아이들은 병신 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고요로 둘러싸인 쌍식이의 내면은 그 어떤 정상인보다 맑고 따뜻하다. 그림 작가에 의해 푸른 별에 감싸인 모습으로 표현된 쌍식이는 그런 깊숙한 내면을 잘 드러내고 있다. 온 몸이 빛나는 푸른 소년이 들판을 달리는 모습은 그가 받아들이는 세상의 투영이기도 하다.
학교를 그만두고 뒷동산에서 염소 떼와 한나절을 보내던 쌍식이는 소년이 되어가며 명절 때마다 시골에 내려오는 미현이에게 마음이 쏠려간다. 세상 그 어떤 소리도 들을 수 없는 쌍식이지만 사랑일지도 모를 심장의 쿵쾅거림은 아주 선명하게 듣고 느낀다.
그런 쌍식이에게 찾아온 미현이는 기쁨이자 슬픔이다. 만나면 한없이 기쁘고 만나지 못하면 또 한없이 슬픈 그런 존재……. 미현이를 만나지 못하는 슬픔이 너무 깊고 커지자 쌍식이는 저 하늘에서 늘 미현이를 바라볼 수 있는 별이 되어갔다
왕따, 장애, 사랑의 열병, 그리고 죽음……. 이 힘든 단어들이 쌍식이를 둘러싸고 있기에 그를 보는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따뜻하고 아름답다. 글과 그림의 조화 속에서 쌍식이의 눈으로 보여주는 세상이 눈부시게 단조롭고 순수해서만은 아니다. 너무도 슬퍼서 진한 아름다움이 차오르기 때문이리라.